삼성가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과거 호텔 내 비품 수천 개를 전량 교체하며 경영 수업을 치렀던 일화가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0년 이 사장이 호텔 경영을 맡은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딸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혹독한 실무 교육을 위해 약 3개월간 호텔에 상주하며 출퇴근했다. 단순한 격려를 넘어선 이른바 ‘밀착 경영 지도’였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식사 도중 발생했다. 뷔페식당에서 음식을 먹던 이 회장이 “수저가 너무 무겁다”는 찰나의 지적을 던진 것이다. 이 사장은 즉각 반응했다.

2014년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에 참석했던 고 이건희 선대 회장(왼쪽)과 이부진 사장(오른쪽)

그날로 호텔 내 수천 명분의 수저를 전량 폐기하고, 직접 ‘수저 박사’가 되어 국내외 사례를 연구했다. 최적의 무게와 그립감을 찾기 위해 집요하게 파고든 끝에 고객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수저 세트를 도입했다.

이 회장의 디테일은 식기에만 머물지 않았다. 객실 내 플라스틱 휴지통을 발견한 이 회장은 “호텔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화재”라며 “불에 취약한 비품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질책했다.

이 지시 직후 호텔 내 모든 휴지통은 화재에 강한 철제로 전면 교체됐다. 고객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문제에서는 단 1%의 타협도 허용하지 않는 이건희식 ‘안전 경영’이 이 사장에게 이식된 순간이었다.

2025년 호텔 신라 주주총회 당시 이부진 사장

재계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이 ‘리틀 이건희’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외모가 닮아서가 아니라, 부친의 완벽주의와 과감한 결단력을 경영 현장에 그대로 구현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 승부가 갈린다는 이 회장의 가르침이 이 사장의 집요함을 깨운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저와 휴지통’ 일화가 오늘날 호텔신라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서비스 기업으로 만든 밑거름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최고경영자가 현장의 사소한 비품 하나까지 직접 챙기는 치밀함이 삼성가 특유의 경영 DNA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